3호(2025.12.) l 퀴어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페미니즘 리부트’ 10년 l 신진연구
넘쳐나는 혐오의 시대
약자를 혐오하는 방법
강현정
아직도, 여전히 혐오사회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국사회는 커다란 변곡점을 맞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페미사이드(Femicide)로 규정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가 나였을 수도 있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광장을 채웠다. 2030 여성을 중심으로 대중들이 여성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페미니즘이 한국사회의 전면으로 부상했다. 2025년, 여전히 한국은 성격차지수 순위가 101위이고 교제폭력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날이 갈수록 한국사회에서 여성인권이나 페미니즘과 같은 단어들은 금기어처럼 취급되며 백래시를 겪고 있다. 페미니즘의 반동으로 나타난 백래시는 혐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적 구호와도 결합되어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이 등장하기도 했다.
혐오는 비단 여성혐오에서 그치지 않았다. 백래시의 흐름 속에서 점점 노골적이고 전략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혐오 표현은 수많은 대상을 겨냥했다. 온라인상의 혐오 콘텐츠가 일종의 놀이처럼 인식되면서 혐오는 직설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표현되었다.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유머나 장난의 탈을 쓰고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그 누구라도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명실상부한 혐오의 시대이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
한국에서 나타나는 혐오의 대상은 다양하다. 지역 혐오와 난민 혐오, 가난 혐오, 노인 혐오 등 사회적 약자성을 띠는 모든 정체성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혐오의 대상이 되는 다양한 집단 중 아주 오랫동안 강력한 혐오를 마주해 온 집단이 있다. 바로 성소수자(Queer)이다.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애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등 성소수자의 존재가 이전보다 가시화되기는 했지만,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까지도 정치인이 공공연하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혐오적 주장을 스스럼없이 발언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2024년에도 퀴어퍼레이드 축제는 차별금지법 제정반대 시위로 소란스러웠다.
혐오와 관련된 의제들은 개인들의 정체성과 관련된 논의이기 때문에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현대사회의 사회운동에서 한 정체성은 한 운동(movement)에 대응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그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은 단연 차별금지법 의제이다. 오래전부터 보수 기독교 집단을 중심으로 한 성소수자 혐오가 뿌리 깊게 지속되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 현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다고 정확하게 선을 그어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2007년부터는 강력하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2007년 12월, 최초로 발의되었던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며 공개적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신장에 반대하는 집회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소위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이라고 하는 반 운동(counter-movement)의 시작이었다.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은 차별금지법이 발의될 때마다 활성화되는 특성을 보인다. 혐오 의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2014년 이후의 상황을 살펴보면 2013년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다가 철회된 이후 잠잠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0년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고 뒤이어 2021년에 평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면서 재활성화되었다. 이 운동은 주로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발언을 주된 활동내용으로 한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방식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수많은 성명서와 문서를 생산해 낸다. 또한 강연이나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소위 ‘맞불집회’를 열기도 하며 주장의 공론화를 꾀한다.
혐오는 사회 정의와는 대척점에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혐오자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혐오는 사회운동에서 전략으로써 자주 사용된다. 그렇다면 혐오전략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며 어떻게 정당화되는 것일까?
혐오의 전략
한국에서 성소수자는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히는 일이 흔하다.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 혐오가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는 것은 ‘차별금지법’ 의제이다. 여기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수많은 단체 중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라는 단체를 예로 들어 살펴보려고 한다.
혐오의 종류 중 정치 영역에서 사용되는 것은 사회적 혐오이다. 사회적 혐오란 사회의 가치와 규범에 따라 정해지는 ‘사회적으로 매개된 혐오’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규범에 따라 혐오의 대상이 다르게 지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혐오가 어떤 형태로 전략화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단체가 어떤 텍스트를 생산하고 있는지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성소수자 혐오 전략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해 볼 수 있었다. 각각 도덕적 혐오 전략과 지적 혐오, 그리고 성적 이탈에 해당하는 전략이다.
도덕적 혐오 전략은 사회적 질서와 규범을 근거로 논리를 전개한다. 혐오 대상인 성소수자를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로 규정하고,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금기를 어기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논리이다. 여기에서 성소수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며, 사회적 질서를 해치는 존재로 규정된다. 결국 보수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동성애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주고 있는 부도덕한 성적 만족행위’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지적 혐오 전략은 자신이 큰 세력을 가졌음을 부각하고 혐오 대상이 얼마나 무지한가를 강조한다. 여기에서는 사회적 다수가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있으며 다수의 지지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옳은 것임을 주장한다. 또한 많은 양의 정보를 제시하며 이러한 지식이 있다면 대상을 혐오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다수 국민이 지지한다’라거나 ‘최근에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성애가 선천적으로 결정된다고 믿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성적 이탈에 대한 혐오는 대상이 문란한 성행위를 일삼아 성 윤리를 위반한다는 주장에서 시작된다. 특히 문란한 성행위에 집중하여 혐오감을 이끌어내는 한편 그로 인해 질병까지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는 동성애 성행위를 외설적으로 묘사하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보건적으로 지극히 유해한 행위’로 규정한다.
혐오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앞에서 살펴본 혐오 전략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당화된다. 화자가 스스로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방식과 혐오 대상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방식, 주장의 근거와 발화자의 신뢰성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과 혐오 표현에서 나타나는 정당화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화자 스스로 정당성을 강화하는 정당화 전략은 사회적 갈등이나 위험을 저지하고 전통적 사회 질서를 보존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국가안보와 사회질서, 기업활동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 있다’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리고 혐오 대상과 비교하여 자신들의 다수성과 전통적 사회규범에 근거한 상대적 우월함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한다.
반대로 혐오 대상에 대해서는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비정상성과 열등함을 부여한다. 퀴어 축제에 대해서도 ‘국민의 정서에 반하며, 선정적이며, 음란하고 퇴폐적이었다’라고 평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상의 소수성을 강조하고 모든 주장이 부정한 의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당성을 부인한다. 결국 대상의 정당성을 박탈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의도이다. 혐오주체들은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 주장임을 강조한다. 동시에 다수의 지지를 받는 발화자에게 신뢰성이 있으므로 주장 역시 정당하다는 논리로 정당성을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표현 방식에 따른 정당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직접적이고 상스럽지 않기에 혐오표현처럼 보이지 않는 ‘세련된(sophisticated) 형태’로 혐오를 정당화한다. 스스로의 혐오행위를 ‘소외된 자의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아 주는 것’으로 포장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선과 악의 이분법을 통해 자신들을 선에 위치시키고 대상을 악으로 규정하여 정당성을 획득한다. 또한 해당 의제와는 관련 없는 ‘북한주민의 인권유린에 침묵하고 있는 현실’을 가져오는 등의 방식으로 대상의 약점을 들추어 신뢰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정당화를 시도한다. 대상의 모순점을 제공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하는 것이다.
혐오사회에서 혐오 직면하기
앞서 살펴본 혐오의 형태와 정당화 방식은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에서 나타난 성소수자 혐오 사례에서 나타난 것이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는 다양한 사회적 약자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집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고 그 양상과 양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묵인하고 당연시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혐오의 주체는 대상을 향한 혐오를 정당화하려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그 혐오가 옳다거나 당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할 수 있다.
혐오의 양상과 정당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혐오의 실체를 알지 못하면 혐오가 야기하는 막연한 공포와 고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격적인 혐오표현에 겁먹지 않고 그 혐오의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확인을 통해 혐오 주체들이 하고 싶은 말은 어린아이가 말하는 ‘너랑 놀기 싫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덧붙여 성소수자를 향한 다양한 형태의 혐오전략은 다른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에 대한 혐오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상에 따라 구체적인 혐오 표현이 다르기는 하지만, 혐오가 대상만 바꿔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막연히 누군가의 혐오를 두려워하지 말자. 거대하게 느껴지는 혐오의 그림자 뒤로 보이는 실체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실체를 들여다보지 않고 그림자에 놀라 겁먹는 순간 혐오는 그 몸집을 불려 더 큰 공포를 선사할 것이다. 혐오의 시대라고 할 만큼 혐오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혐오의 실체를 똑똑히 직면하고 극복하기 위한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
강현정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조직이 생산한 텍스트를 분석하여 거기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혐오를 분석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믿으며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여성 혐오적 여성 살해를 말한다.↩
성격차지수 (Gender Gap Index): 세계경제포럼(WEF)에서 2006년부터 각 국의 경제․정치․교육․건강 분야 성별 격차를 측정하여 발표 하는 지수. 2025년 한국의 성격차지수는 148개국 중 101위이다. https://www.mogef.go.kr/nw/enw/nw_enw_s001d.do?mid=mda700&bbtSn=706564 ↩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25), “교제폭력 신고 및 피의자 검거현황” ↩
경향신문(2025.1.24), “거리낌 없이…혐오·차별 ‘놀이’ 삼는 학생들” ↩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설교 행위도 제재함으로써 헌법상 종교 자유의 핵심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2025.9.2.) “‘노무현의 유산’ 차별금지법, 18년째 제자리…찬반 논쟁 ‘여전’” ↩
홀, 스튜어트(2000), “문화적 정체성의 문제”, 스튜어트 홀, 데이비드 헬드, 돈 휴버트, 케니스 톰슨(편), 『모더니티의 미래』, 전효관 옮김, 현실문화연구.↩
강현정(2023), "사회적 혐오의 전략화에 관한 연구: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조직 사례를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석사학위청구논문.↩
Miller, William Ian(1997), The Anatomy of Disgust, Harvard University Press.↩
너스바움, 마사(2015), 『혐오와 수치심』, 조계원 옮김, 민음사.↩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18.9.17.), [성명서] “이석태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즉각 중지하라”↩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19.11.19.) [성명서] “성적지향 삭제하고 성별 정의 추가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적극 환영한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21.1.28.), [종합분석] “차별금지법 특집(1) -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막는데 앞장 서는 길원평 교수”↩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15.12.9.), [종합분석] “‘성적지향’을 차별사유로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조항의 부당성과 ‘성적 지향’을 차별사유에서 삭제하는 법 개정의 필요성”↩
강현정(2023), "사회적 혐오의 전략화에 관한 연구: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조직 사례를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석사학위청구논문.↩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21.6.18.), [성명서] “국민이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는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법안 발의를 강행한 이상민 의원과 동조 의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2015.4.1.), [성명서] “2015년 6.9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장소 허가를 즉각 철회하라!”↩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15.8.12.), [성명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국민의 정서와 헌법의 가치를 직시하라!”↩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2020.6.29.), [성명서] “다수국민 탄압하는 반민주 독재법, 차별금지법 발의한 정의당 규탄한다!”↩
3호(2025.12.) l 퀴어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페미니즘 리부트’ 10년 l 신진연구
넘쳐나는 혐오의 시대
약자를 혐오하는 방법
강현정
아직도, 여전히 혐오사회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국사회는 커다란 변곡점을 맞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페미사이드(Femicide)1로 규정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가 나였을 수도 있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광장을 채웠다. 2030 여성을 중심으로 대중들이 여성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페미니즘이 한국사회의 전면으로 부상했다. 2025년, 여전히 한국은 성격차지수 순위2가 101위이고 교제폭력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3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날이 갈수록 한국사회에서 여성인권이나 페미니즘과 같은 단어들은 금기어처럼 취급되며 백래시를 겪고 있다. 페미니즘의 반동으로 나타난 백래시는 혐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적 구호와도 결합되어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이 등장하기도 했다.
혐오는 비단 여성혐오에서 그치지 않았다. 백래시의 흐름 속에서 점점 노골적이고 전략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혐오 표현은 수많은 대상을 겨냥했다. 온라인상의 혐오 콘텐츠가 일종의 놀이처럼 인식되면서 혐오는 직설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표현되었다.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유머나 장난의 탈을 쓰고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4 그 누구라도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명실상부한 혐오의 시대이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
한국에서 나타나는 혐오의 대상은 다양하다. 지역 혐오와 난민 혐오, 가난 혐오, 노인 혐오 등 사회적 약자성을 띠는 모든 정체성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혐오의 대상이 되는 다양한 집단 중 아주 오랫동안 강력한 혐오를 마주해 온 집단이 있다. 바로 성소수자(Queer)이다.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애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등 성소수자의 존재가 이전보다 가시화되기는 했지만,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까지도 정치인이 공공연하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혐오적 주장을 스스럼없이 발언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5 2024년에도 퀴어퍼레이드 축제는 차별금지법 제정반대 시위로 소란스러웠다.
혐오와 관련된 의제들은 개인들의 정체성과 관련된 논의이기 때문에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현대사회의 사회운동에서 한 정체성은 한 운동(movement)에 대응되기 때문이다.6 한국사회에서 그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은 단연 차별금지법 의제이다. 오래전부터 보수 기독교 집단을 중심으로 한 성소수자 혐오가 뿌리 깊게 지속되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 현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다고 정확하게 선을 그어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2007년부터는 강력하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2007년 12월, 최초로 발의되었던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며 공개적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신장에 반대하는 집회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소위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이라고 하는 반 운동(counter-movement)의 시작이었다.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은 차별금지법이 발의될 때마다 활성화되는 특성을 보인다. 혐오 의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2014년 이후의 상황을 살펴보면 2013년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다가 철회된 이후 잠잠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0년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고 뒤이어 2021년에 평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면서 재활성화되었다. 이 운동은 주로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발언을 주된 활동내용으로 한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방식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수많은 성명서와 문서를 생산해 낸다. 또한 강연이나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소위 ‘맞불집회’를 열기도 하며 주장의 공론화를 꾀한다.
혐오는 사회 정의와는 대척점에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혐오자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혐오는 사회운동에서 전략으로써 자주 사용된다. 그렇다면 혐오전략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며 어떻게 정당화되는 것일까?
혐오의 전략7
한국에서 성소수자는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히는 일이 흔하다.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 혐오가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는 것은 ‘차별금지법’ 의제이다. 여기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수많은 단체 중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라는 단체를 예로 들어 살펴보려고 한다.
혐오의 종류 중 정치 영역에서 사용되는 것은 사회적 혐오이다. 사회적 혐오란 사회의 가치와 규범에 따라 정해지는 ‘사회적으로 매개된 혐오’라고 할 수 있다.89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규범에 따라 혐오의 대상이 다르게 지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혐오가 어떤 형태로 전략화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단체가 어떤 텍스트를 생산하고 있는지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성소수자 혐오 전략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해 볼 수 있었다. 각각 도덕적 혐오 전략과 지적 혐오, 그리고 성적 이탈에 해당하는 전략이다.
도덕적 혐오 전략은 사회적 질서와 규범을 근거로 논리를 전개한다. 혐오 대상인 성소수자를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로 규정하고,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금기를 어기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논리이다. 여기에서 성소수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며, 사회적 질서를 해치는 존재로 규정된다. 결국 보수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동성애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주고 있는 부도덕한 성적 만족행위’10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지적 혐오 전략은 자신이 큰 세력을 가졌음을 부각하고 혐오 대상이 얼마나 무지한가를 강조한다. 여기에서는 사회적 다수가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있으며 다수의 지지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옳은 것임을 주장한다. 또한 많은 양의 정보를 제시하며 이러한 지식이 있다면 대상을 혐오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다수 국민이 지지한다’11라거나 ‘최근에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성애가 선천적으로 결정된다고 믿지 않는다’12라고 주장한다.
성적 이탈에 대한 혐오는 대상이 문란한 성행위를 일삼아 성 윤리를 위반한다는 주장에서 시작된다. 특히 문란한 성행위에 집중하여 혐오감을 이끌어내는 한편 그로 인해 질병까지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는 동성애 성행위를 외설적으로 묘사하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보건적으로 지극히 유해한 행위’13로 규정한다.
혐오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14
앞에서 살펴본 혐오 전략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당화된다. 화자가 스스로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방식과 혐오 대상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방식, 주장의 근거와 발화자의 신뢰성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과 혐오 표현에서 나타나는 정당화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화자 스스로 정당성을 강화하는 정당화 전략은 사회적 갈등이나 위험을 저지하고 전통적 사회 질서를 보존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국가안보와 사회질서, 기업활동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 있다’15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리고 혐오 대상과 비교하여 자신들의 다수성과 전통적 사회규범에 근거한 상대적 우월함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한다.
반대로 혐오 대상에 대해서는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비정상성과 열등함을 부여한다. 퀴어 축제에 대해서도 ‘국민의 정서에 반하며, 선정적이며, 음란하고 퇴폐적이었다’16라고 평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상의 소수성을 강조하고 모든 주장이 부정한 의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당성을 부인한다. 결국 대상의 정당성을 박탈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의도이다. 혐오주체들은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 주장임을 강조한다. 동시에 다수의 지지를 받는 발화자에게 신뢰성이 있으므로 주장 역시 정당하다는 논리로 정당성을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표현 방식에 따른 정당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직접적이고 상스럽지 않기에 혐오표현처럼 보이지 않는 ‘세련된(sophisticated) 형태’로 혐오를 정당화한다. 스스로의 혐오행위를 ‘소외된 자의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아 주는 것’17으로 포장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선과 악의 이분법을 통해 자신들을 선에 위치시키고 대상을 악으로 규정하여 정당성을 획득한다. 또한 해당 의제와는 관련 없는 ‘북한주민의 인권유린에 침묵하고 있는 현실’18을 가져오는 등의 방식으로 대상의 약점을 들추어 신뢰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정당화를 시도한다. 대상의 모순점을 제공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하는 것이다.
혐오사회에서 혐오 직면하기
앞서 살펴본 혐오의 형태와 정당화 방식은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에서 나타난 성소수자 혐오 사례에서 나타난 것이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는 다양한 사회적 약자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집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고 그 양상과 양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묵인하고 당연시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혐오의 주체는 대상을 향한 혐오를 정당화하려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그 혐오가 옳다거나 당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할 수 있다.
혐오의 양상과 정당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혐오의 실체를 알지 못하면 혐오가 야기하는 막연한 공포와 고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격적인 혐오표현에 겁먹지 않고 그 혐오의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확인을 통해 혐오 주체들이 하고 싶은 말은 어린아이가 말하는 ‘너랑 놀기 싫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덧붙여 성소수자를 향한 다양한 형태의 혐오전략은 다른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에 대한 혐오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상에 따라 구체적인 혐오 표현이 다르기는 하지만, 혐오가 대상만 바꿔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막연히 누군가의 혐오를 두려워하지 말자. 거대하게 느껴지는 혐오의 그림자 뒤로 보이는 실체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실체를 들여다보지 않고 그림자에 놀라 겁먹는 순간 혐오는 그 몸집을 불려 더 큰 공포를 선사할 것이다. 혐오의 시대라고 할 만큼 혐오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혐오의 실체를 똑똑히 직면하고 극복하기 위한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
강현정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조직이 생산한 텍스트를 분석하여 거기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혐오를 분석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믿으며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여성 혐오적 여성 살해를 말한다.↩
성격차지수 (Gender Gap Index): 세계경제포럼(WEF)에서 2006년부터 각 국의 경제․정치․교육․건강 분야 성별 격차를 측정하여 발표 하는 지수. 2025년 한국의 성격차지수는 148개국 중 101위이다. https://www.mogef.go.kr/nw/enw/nw_enw_s001d.do?mid=mda700&bbtSn=706564 ↩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25), “교제폭력 신고 및 피의자 검거현황” ↩
경향신문(2025.1.24), “거리낌 없이…혐오·차별 ‘놀이’ 삼는 학생들” ↩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설교 행위도 제재함으로써 헌법상 종교 자유의 핵심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2025.9.2.) “‘노무현의 유산’ 차별금지법, 18년째 제자리…찬반 논쟁 ‘여전’” ↩
홀, 스튜어트(2000), “문화적 정체성의 문제”, 스튜어트 홀, 데이비드 헬드, 돈 휴버트, 케니스 톰슨(편), 『모더니티의 미래』, 전효관 옮김, 현실문화연구.↩
강현정(2023), "사회적 혐오의 전략화에 관한 연구: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조직 사례를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석사학위청구논문.↩
Miller, William Ian(1997), The Anatomy of Disgust, Harvard University Press.↩
너스바움, 마사(2015), 『혐오와 수치심』, 조계원 옮김, 민음사.↩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18.9.17.), [성명서] “이석태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즉각 중지하라”↩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19.11.19.) [성명서] “성적지향 삭제하고 성별 정의 추가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적극 환영한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21.1.28.), [종합분석] “차별금지법 특집(1) -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막는데 앞장 서는 길원평 교수”↩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15.12.9.), [종합분석] “‘성적지향’을 차별사유로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조항의 부당성과 ‘성적 지향’을 차별사유에서 삭제하는 법 개정의 필요성”↩
강현정(2023), "사회적 혐오의 전략화에 관한 연구: 차별금지법 제정반대운동조직 사례를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석사학위청구논문.↩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21.6.18.), [성명서] “국민이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는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법안 발의를 강행한 이상민 의원과 동조 의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2015.4.1.), [성명서] “2015년 6.9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장소 허가를 즉각 철회하라!”↩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2015.8.12.), [성명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국민의 정서와 헌법의 가치를 직시하라!”↩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2020.6.29.), [성명서] “다수국민 탄압하는 반민주 독재법, 차별금지법 발의한 정의당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