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2026.6.) l 지금 여기에서의 퀴어 미술 l 신진연구
서로가 서로의 엘라이가 될 수 있게
「이주민, 성소수자에 대한 비당사자의 접촉 경험이 외집단 편견과 지지의도에 미치는 영향:집단 간 범주화 인식의 역할을 중심으로」 (2026)
호규현
신진연구 코너에서는 최근 출간된 성소수자/퀴어 관련 학위논문을 소개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합니다.
졸업 이후,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순간이 부쩍 늘었다. 전에는 “더 나은 사회에 기여하는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하고 싶다”라는 거창한 말로 소개를 마쳤다. 학위논문을 작성한 뒤로는 “서로가 서로의 엘라이(ally)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커뮤니케이션에서 찾는다.”라는 더 거창한 말로 나를 소개한다. 여기서 말하는 엘라이는 성소수자/퀴어에 대한 맥락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엘라이는 ‘자신과 다르다고 인식되는 소수자성을 갖는 타인 혹은 집단을 지지하는 동료들’을 의미한다. 이 이상적인 목표는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학위논문의 연구 주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이주민, 성소수자에 대한 비당사자(한국인, 시스젠더 이성애자)의 접촉 경험 양상과 효과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말하는 접촉 경험은 자신이 속해있지 않다고 인식되는 집단 구성원을 직접 혹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경험을 의미한다. 처음 연구를 설계할 때는 이주민, 성소수자, 탈북민, 정신장애인 4개 집단에 대한 비당사자의 접촉 경험을 보려 했으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2개 집단으로 줄었다. 연구 주제는 이주민 초등학생을 멘토링 했던 경험, 정신병원에서 환우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경험, 일베 하는 은둔 게이 친구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경험 등 삶에서 마주했던 다양한 순간들이 수렴된 결과다. 자신과 다른 타인을 접하는 경험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믿었고, 그것을 한국 사회의 사회적 소수자 맥락에 적용하고 싶었다.
접촉 경험의 효과는 사회심리학, 커뮤니케이션학을 중심으로 60년 넘는 세월 동안 입증되고 진화해 왔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파올리니와 동료들은 “대부분의 시민에게 접촉이 일상적인 경험이 될 수 있는 이 시기에 마찰과 편견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자성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연구 내용이 구체화 됐다. 접촉 경험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뤄지는지 양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었고, 접촉 경험의 효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 외집단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에서는 이주민, 성소수자와 비당사자 사이의 접촉에 주목했다. 두 집단은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는 공통점과 소수자성의 근원, 집단 정체성의 가시성 등 다양한 차이점을 갖는다. 각 집단에 대한 비당사자의 접촉 경험을 분석하여 결과를 비교하고자 했다. 연구는 심층 인터뷰와 구조방정식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혼합연구를 적용했다. 인터뷰를 통해 비당사자들이 경험하는 접촉 경험 양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 결과를 일부 반영하여 구조방정식으로 접촉 경험 효과를 분석했다.
비당사자의 접촉 경험은 직접 마주하는 경우 타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미디어를 통하는 경우 언론,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연구참여자들은 연인, 직장 동료, 친구 등 다양한 관계로 접촉 경험이 있었고 이에 따라 상호작용의 양상이 달라졌다. 미디어에서 이주민 혹은 성소수자를 접했던 경험은 편협한 프레임으로 구성되는 언론과 영화 및 드라마, 방송프로그램, 인터넷 동영상 등을 포괄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두 경험은 외집단 태도를 형성하는 데 보완적 역할을 수행한다. 미디어를 통한 접촉은 이주민, 성소수자가 비당사자와 구분되는 독특성을 강조하며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면, 직접 접촉은 공통성(e.g.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구나)을 인식하게 하면서 편견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접촉은 외집단의 집단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며 미디어를 통한 접촉이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다수의 선행연구는 접촉 경험이 주로 상호작용에 대한 불안, 외집단 공감을 통해 외집단 태도에 효과가 발생한다고 제안한다. 그렇지만, 외집단에 대한 태도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접촉 경험이 상대방(그들)과 자신(우리)의 집단 범주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종합하여, 접촉 경험이 불안, 공감과 집단 간 범주화 인식을 통해 편견, 지지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모형을 설정했다. 다양한 결과 중 접촉 경험의 효과가 가장 뚜렷하고 일관된 하나의 경로가 있었다. 비당사자가 이주민, 성소수자를 1) 직접 만나서 상호작용한 경험이 2) 상호작용에 대한 불안과 3) 내집단-외집단 사이의 집단 범주를 재조정하는 인식을 통해 4) 편견, 지지 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경험이나 외집단 공감을 통한 매개효과, 집단 간 상위범주의 형성 등 다른 변수들을 통한 경로는 일부만 유의했고, 효과 크기도 작은 편이었다.
또한, 이러한 접촉 경험의 효과는 접촉 경험이 없는 외집단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성소수자 접촉 경험은 없고 이주민 접촉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주민 접촉 경험이 이주민 편견에 미치는 영향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에도 동일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접촉 효과를 2차 전이 효과(the secondary transfer effect)라 하는데,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를 마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힘이 지금도 건재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상호작용을 통한 자기 경계의 확장과 그 효과를 보았다. 이 가능성을 토대로 앞으로는 서로가 서로의 엘라이가 될 방법을 커뮤니케이션 안에서 찾고자 한다. 졸업논문은 거시적인 비교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두 집단의 하위범주나 맥락을 자세히 다루지 못했고 집단 정체성을 단순하게 다뤘다는 아쉬움이 있다. 현대 사회의 개인은 복합적인 집단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며 소수자성이라는 개념 또한 단순하게 바라볼 수 없다. 앞으로 진행할 작업은 이러한 관점들을 안고 진행해 보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더 나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호규현
사람, 사회,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다. 서로가 서로의 엘라이(ally)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커뮤니케이션에서 찾는다.
Pettigrew, T. F., & Tropp, L. R. (2006). "A meta-analytic test of intergroup contact theor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0(5), 751.↩
Paolini, S., Harwood, J., Hewstone, M., & Neumann, D. L. (2018). "Seeking and avoiding intergroup contact: Future frontiers of research on building social integration."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12(12). p.3.↩
Pettigrew, T. F. (2009). "Secondary transfer effect of contact: Do intergroup contact effects spread to noncontacted outgroups?." Social Psychology, 40(2), 55-65.↩
5호(2026.6.) l 지금 여기에서의 퀴어 미술 l 신진연구
서로가 서로의 엘라이가 될 수 있게
「이주민, 성소수자에 대한 비당사자의 접촉 경험이 외집단 편견과 지지의도에 미치는 영향:집단 간 범주화 인식의 역할을 중심으로」 (2026)
호규현
신진연구 코너에서는 최근 출간된 성소수자/퀴어 관련 학위논문을 소개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합니다.
졸업 이후,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순간이 부쩍 늘었다. 전에는 “더 나은 사회에 기여하는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하고 싶다”라는 거창한 말로 소개를 마쳤다. 학위논문을 작성한 뒤로는 “서로가 서로의 엘라이(ally)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커뮤니케이션에서 찾는다.”라는 더 거창한 말로 나를 소개한다. 여기서 말하는 엘라이는 성소수자/퀴어에 대한 맥락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엘라이는 ‘자신과 다르다고 인식되는 소수자성을 갖는 타인 혹은 집단을 지지하는 동료들’을 의미한다. 이 이상적인 목표는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학위논문의 연구 주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이주민, 성소수자에 대한 비당사자(한국인, 시스젠더 이성애자)의 접촉 경험 양상과 효과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말하는 접촉 경험은 자신이 속해있지 않다고 인식되는 집단 구성원을 직접 혹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경험을 의미한다. 처음 연구를 설계할 때는 이주민, 성소수자, 탈북민, 정신장애인 4개 집단에 대한 비당사자의 접촉 경험을 보려 했으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2개 집단으로 줄었다. 연구 주제는 이주민 초등학생을 멘토링 했던 경험, 정신병원에서 환우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경험, 일베 하는 은둔 게이 친구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경험 등 삶에서 마주했던 다양한 순간들이 수렴된 결과다. 자신과 다른 타인을 접하는 경험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믿었고, 그것을 한국 사회의 사회적 소수자 맥락에 적용하고 싶었다.
접촉 경험의 효과는 사회심리학, 커뮤니케이션학을 중심으로 60년 넘는 세월 동안 입증되고 진화해 왔다.1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파올리니와 동료들은 “대부분의 시민에게 접촉이 일상적인 경험이 될 수 있는 이 시기에 마찰과 편견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2라는 자성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연구 내용이 구체화 됐다. 접촉 경험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뤄지는지 양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었고, 접촉 경험의 효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 외집단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에서는 이주민, 성소수자와 비당사자 사이의 접촉에 주목했다. 두 집단은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는 공통점과 소수자성의 근원, 집단 정체성의 가시성 등 다양한 차이점을 갖는다. 각 집단에 대한 비당사자의 접촉 경험을 분석하여 결과를 비교하고자 했다. 연구는 심층 인터뷰와 구조방정식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혼합연구를 적용했다. 인터뷰를 통해 비당사자들이 경험하는 접촉 경험 양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 결과를 일부 반영하여 구조방정식으로 접촉 경험 효과를 분석했다.
비당사자의 접촉 경험은 직접 마주하는 경우 타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미디어를 통하는 경우 언론,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연구참여자들은 연인, 직장 동료, 친구 등 다양한 관계로 접촉 경험이 있었고 이에 따라 상호작용의 양상이 달라졌다. 미디어에서 이주민 혹은 성소수자를 접했던 경험은 편협한 프레임으로 구성되는 언론과 영화 및 드라마, 방송프로그램, 인터넷 동영상 등을 포괄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두 경험은 외집단 태도를 형성하는 데 보완적 역할을 수행한다. 미디어를 통한 접촉은 이주민, 성소수자가 비당사자와 구분되는 독특성을 강조하며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면, 직접 접촉은 공통성(e.g.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구나)을 인식하게 하면서 편견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접촉은 외집단의 집단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며 미디어를 통한 접촉이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다수의 선행연구는 접촉 경험이 주로 상호작용에 대한 불안, 외집단 공감을 통해 외집단 태도에 효과가 발생한다고 제안한다. 그렇지만, 외집단에 대한 태도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접촉 경험이 상대방(그들)과 자신(우리)의 집단 범주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종합하여, 접촉 경험이 불안, 공감과 집단 간 범주화 인식을 통해 편견, 지지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모형을 설정했다. 다양한 결과 중 접촉 경험의 효과가 가장 뚜렷하고 일관된 하나의 경로가 있었다. 비당사자가 이주민, 성소수자를 1) 직접 만나서 상호작용한 경험이 2) 상호작용에 대한 불안과 3) 내집단-외집단 사이의 집단 범주를 재조정하는 인식을 통해 4) 편견, 지지 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경험이나 외집단 공감을 통한 매개효과, 집단 간 상위범주의 형성 등 다른 변수들을 통한 경로는 일부만 유의했고, 효과 크기도 작은 편이었다.
또한, 이러한 접촉 경험의 효과는 접촉 경험이 없는 외집단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성소수자 접촉 경험은 없고 이주민 접촉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주민 접촉 경험이 이주민 편견에 미치는 영향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에도 동일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접촉 효과를 2차 전이 효과(the secondary transfer effect)3라 하는데,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를 마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힘이 지금도 건재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상호작용을 통한 자기 경계의 확장과 그 효과를 보았다. 이 가능성을 토대로 앞으로는 서로가 서로의 엘라이가 될 방법을 커뮤니케이션 안에서 찾고자 한다. 졸업논문은 거시적인 비교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두 집단의 하위범주나 맥락을 자세히 다루지 못했고 집단 정체성을 단순하게 다뤘다는 아쉬움이 있다. 현대 사회의 개인은 복합적인 집단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며 소수자성이라는 개념 또한 단순하게 바라볼 수 없다. 앞으로 진행할 작업은 이러한 관점들을 안고 진행해 보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더 나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호규현
사람, 사회,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다. 서로가 서로의 엘라이(ally)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커뮤니케이션에서 찾는다.
Pettigrew, T. F., & Tropp, L. R. (2006). "A meta-analytic test of intergroup contact theor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0(5), 751.↩
Paolini, S., Harwood, J., Hewstone, M., & Neumann, D. L. (2018). "Seeking and avoiding intergroup contact: Future frontiers of research on building social integration."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12(12). p.3.↩
Pettigrew, T. F. (2009). "Secondary transfer effect of contact: Do intergroup contact effects spread to noncontacted outgroups?." Social Psychology, 40(2), 5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