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공동성명] ‘빛의 혁명’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두의 성취여야 한다 (2025.6.23)

‘빛의 혁명’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두의 성취여야 한다

-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종교적 중립성을 지키고 평등 실현의 의지를 밝혀라 -

  


“통합은 유능함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시간입니다.”라며 통합을 약속했다. ‘빛의 혁명’을 통해 만들어 낸 이 정부의 가치는혐오와 차별을 타파하는 것, 적어도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약속에 있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이 동성애를 택한다면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023년 11월 한 개신교계 단체 모임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발언 당시 김민석 후보자는 자신을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진 민주주의자”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신길교회 안수집사로 알려져 있고, 2022년 신길교회 담임목사와 함께 국회 앞에서 ‘동성애 동성혼 합법화하는 차별금지법 반대’라는 피켓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모두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한 행위였다.

김 후보자의 발언은 ‘모든 사람이 동성애를 택하면’이라는 정적인 수사로 시작한다. 그는 동성애가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해가 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공포를 유도한다. 동성애는 ‘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출생율의 관점에서도 허구다. 지금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는 전 세계 39개국을 보라. 우리나라와 같은 유례없이 낮은 출생율을 찾아보기 어렵고, 동성혼 인정으로 출생율이 낮아졌다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의 발언은 성소수자 이슈를 다양성의 존중과 보편적 인권이 아닌 도구적 관점으로 보는 반인륜적 논리다. 명백한 혐오발언이다.

총리 후보로 지명된 지금, 김 후보자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지난 6월 17일 위 발언과 관련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입장을 묻는 외신 기자에게 그는,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으니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말로 답했다. 대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사흘 후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차별을 금지하면 “할 말을 못 하거나 제약당하거나 심지어는 좀 불이익을 받는 것”을 우려하는 “교계”를 언급하며,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의 종교적 자유를 지키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일부 종교 집단의 편향된 신념으로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그 발언의 해악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태도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헌법 제20조 제2항에 따라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헌법은 종교적 다양성을 보장한다. 실제로 한국인의 절반 이상은 종교가 없다. 2024년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20%, 불교 17%, 천주교 11%, 종교 없음 51%이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사회적 합의를 말하며 국가 정책의 장에 특정 종교, 그중에서도 일부 교회의 신념을 끌어들인다. 그리하여 민주적 숙의 과정을 방해하고 훼손한다. 결과적으로 성소수자는 자신이 선택한 종교도 아닌 특정 종교 집단의 신념 때문에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시민의 권리를 제한받는다. 같은 맥락에서 그가 2023년 11월 개신교계 사학모임에서 “기독교 사학이란 기독교 가치를 전파하는 곳”이라고 한 발언에도 우려를 표한다. 엄연히 공적 재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공교육체계의 일부인 사립학교가 종교적 전파나 차별의 장으로 사용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그 작동 방식이 조금씩 다를지라도 정교분리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중요한 원칙을 김 후보자가 모를 리 없고 몰라서도 안 된다. 정치인 개인이 종교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믿는 종교적 신념을 위해, 다른 사회 구성원의 존재와 인권을 위협하고 부정하며 제한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자의적으로 해석된 신의 뜻을 내세워 권력을 행사하고,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을 쉽게 지우고 억압한다. 합리성은 실종된다. 사회는 극단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며, 정치인은 자신의 뜻이 신의 뜻인 양 절대적 권력을 추구하고 휘두른다. 우리는 바다 건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그 가운데 현대 민주주의 제도의 중요한 원칙인 “No Kings”이란 구호가 미국 전역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 또한 목격하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왕은 없다.’ 왕처럼 군림하는 종교적 신념 또한 존재할 수 없다. 군림하고 전부를 통제하는 국교 없이, 다양한 종교와 신념이 경합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좀 더 평등하고 안전한 서로가 되는 사회가 바로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지난 내란 국면에서 목격한 극우 개신교 세력이 매우 위험한 건 이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임의로 해석하고 구성한 특정한 종교적 신념에 ‘국교의 지위’를 부여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내란 극복을 제1의 사명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에서 지명된 첫 총리 후보가, 그런 세력과 다를 바 없는 정교일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광장을 뒤덮으며 찬란한 물결을 만들었던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무지개 깃발을 기억하라. ‘빛의 혁명’은 그저 익숙한 정권교체의 요구가 아니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용기내어 자신을 드러내며, 서로 연대와 공존을 다짐하며 만든 체제 전환의 요구다. 부산 서면의 탄핵 집회 무대에서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라고 밝히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그 연설을 기억하라.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긴 후에도 이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라는 당부였다. 그저 사회적 약자를 도우라는 시혜적 요청이 아니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존재를 기억하고, 평등한 세상을 위한 희망을 보여주라는 뜻이었다. 이제 그 고비를 넘기고 새 정부를 꾸리고 있다. 바로 지금 그의 당부를, 우리 모두의 기대와 희망을 기억할 때다.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1. 국회는 청문회에서 김민석 후보자의 종교편향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라. 공직자가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반하여 개신교 근본주의 세계관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결격사유다. 총리 인준 여부에 고려하고 질문하고 판단하라. 


2.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안의 중대성을 각성하라. 김 후보자가 공개적으로 표명한 위 발언들은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수장으로서 자격 없음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사건이다. 첫 총리 인선인 만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인지 냉정하게 판단하라. 


3. 김민석 후보자는 국회의원으로서 했던 종교편향적 의정활동과 성소수자 혐오발언에 대해 사과하라. 헌법이 명령하는 정교분리의 수호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 구성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국정 계획을 밝혀라. 



2025.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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